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책/발췌 2017. 12. 30. 09:53
pp. 17-19

1. 논증의 미학

오래전부터 내 직업은 글쓰기였다. 스물여섯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썼다. 30대 중반 독일 유학생 시절에는 <한겨레> 통신원으로 일하면서 국제면 기사를 썼고 마흔 무렵에는 여러 해 동안 신문 칼럼을 썼다.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과 텔레비전 방송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 일을 할 때도 방송국에 가지 않는 날은 집에서 글을 썼다. 정치를 했던 10년 동안에도 현안에 대한 생각을 규칙적으로 홈페이지에 올렸다. 정치를 떠나 문필업으로 복귀한 뒤로는 해마다 한두 권씩 책을 낸다. 정신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한 내가 글쓰기를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 글과 강연과 토론을 즐겨 보는 분들은 날카로운 논리로 상대방의 허점을 들추어내며 자기주장을 펴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들 한다. 그건 아마도 세상 보는 눈이 비슷해서 그럴 것이다. 생각이 크게 다르면 똑같은 이유 때문에 나를 싫어한다. 그런 사람들은 내 책을 읽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그리 길지도 않은 인생, 좋아하는 사람 책도 다 읽지 못하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쓴 글을 뭐하러 읽는단 말인가.

나는 산문을 쓴다. 산문 중에도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에세이를 쓴다. 관심 분야는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으로 다양한 편이다. 젊었을 때 단편소설을 하나 발표한 적이 있지만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나는 에세이를 되도록 문학적으로 쓰려고 노력한다. 논리적인 글도 잘 쓰면 예술 근처에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건 예술이야! 남이 쓴 글이든 내가 쓴 것이든, 칼럼이나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렇게 감탄할 때가 있다. 논리의 아름다움, 논증의 미학을 보여주는 글을 만나면 그렇게 된다. 세상을 보는 눈이 어떠하든, 진보든 보수든, 논리가 정확하고 문장이 깔끔한 글을 나는 좋아한다.

생각과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된다. 생각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이다. 생각과 감정, 말과 글은 하나로 얽혀 있다. 그렇지만 근본은 생각이다. 논증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다면 무엇보다 생각을 바르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먼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기준을 바꾸고 감정에 휘둘려 논리의 일관성을 깨뜨리면 산문을 멋지게 쓸 수 없다.

이 책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논리적인 글을 쓰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논증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면 꼭 지켜야 하는 규칙 세 가지를 먼저 소개하겠다. 평소 생각하고 말하고 판단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나는 칼럼을 쓰거나 토론을 할 때 최선을 다해 이 규칙을 지킨다. 내게는 일종의 '영업기밀'이지만 알고 보면 기밀이랄 것도 없을 만큼 간단한 규칙이다.

첫째,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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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