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답장 EP

글쓰기/가사 2018. 1. 11. 21:22

 

1. 답장

 

 

너무 늦어버려서 미안

나 알다시피 좀 많이 느려서

몇 번이나 읽어도

난 믿어지지 않았나 봐

답을 알 수 없던 질문들

다음 날에 많이 웃겨줘야지

난 그랬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넌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데

널 알아주지 못하고

더 실없이 굴던 내 모습

얼마나 바보 같았을까

내일 맛있는 거 먹자고

혹 영화라도 볼까 말하던 내가

나 그때로

다시 돌아가 네 앞에 선다면

하고 싶은 말 너무나 많지만

그냥 먼저 널 꼭 안아 보면 안될까

잠시만이라도

나 그때로

다시 돌아갈 기회가 된다면

그때보다는 잘할 수 있을까

뭔가 그럴듯한 말을 하고 싶은데

나 아무래도 내일 쓸까 봐 또 미룰래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

지금 보내더라도 어차피

달라질 건 없다고

넌 이미 모두 잊었다고

읽지도 않을 수 있겠지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모른척 했던 시간이 넘 길었어

나 그때로

다시 돌아가 널 볼 수 있대도

어쩌면 나는 그대로일지 몰라

사실 아직도 그 답은 잘 모르겠어

미안하단 말은 안 할래

그렇게 되면 끝나버릴까 봐

그러고 나면 똑같아질까 봐

혹시 내일이면 알게 될 수 있을까

오늘도 미루고 내일도 미루겠지만

널 사랑해

이것만으론 안 될지 몰라도

이제 와서 다 소용없더라도

이것밖에 난 하고픈 말이 없는데

사랑해 너를

 

 

2. Moonlight

 

 

곤히 잠이 든 그댈 바라봐요

무슨 꿈 꾸고 있나요

베시시 웃다가 또 찡그리네요

어제도 그러더니

나는 이렇게 매일 밤 찾아와

그대의 곁을 지키죠

오늘은 다른 노랠 불러 봤어요

혹시나 방금 웃었나요

고요한 밤에 그대의 얼굴은

한낮의 슬픈 얼굴과는 달리

한결 편해 보이네요 맘이 놓여요

이제 곧 아침이 밝아 오려 해요

오늘은 슬퍼하지 마요

당신이 해를 만나는 동안 난 무엇도 할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미안해요

어제 그대가 홀로 눈물 흘릴 때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내가

얼마나 애태웠는지 알 수 없겠죠

오늘은 하늘이 맑을 것 같아요

두 눈은 왜 또 젖었나요

그러면 이 노래는 어때요

별빛과 함께 두고 갈게요

그대여 푹 잘 자요

 

 

3. 사랑한다 말해도

 

 

난 네 앞에 서 있어

너는 생각에 또 잠겨 있네

함께 있어 더 외로운 나

어쩌다 이렇게

난 네 앞에 서 있어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채

떠올면 또 부서지는

수없이 많은 말

나를 사랑한다 말해도

그 눈빛이 머무는 그곳은

난 헤아릴 수 없이 먼데

너를 사랑한다 말해도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 두 눈이

말라버린 그 입술이

나를 사랑한다 말해도

금세 침묵으로 흩어지고

네 눈을 바라볼 수 없어

너를 사랑한다 말하던

그 뜨거웠던 마음이 그리워져

그 설렘이 그 떨림이

어쩌면 우린 이미 우린 알고 있나요

그래야만 하는 가요

난 네 앞에 서 있어

너는 생각에 또 잠겨 있네

함께 있어 더 외로운 나

어쩌다 이렇게

 

 

4. 연극

 

 

똑똑 울리는 노크

문을 연 순간 얼어벼렸다

눈부신 네가 들어선 순간

금빛으로 세상은 물들었다

빙글 하늘이 돌고

간신히 나는 서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돌처럼 난 굳었다

그런 날 옆에 두고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조용히 앉아 차를 마시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나는 움직일 수가 없다

시간이 영영 멎어버린 걸까

혹시 꿈을 꾸고 있을까

철썩 내 뺨이라도

내밀어 볼까 하던 찰나에

방긋 웃으며 나를 녹이네

쥐락펴락 난 벌떡 일어나서

한참 떠들어대고

네 손끝에서 춤을 추고

너의 웃음에 행복해하는

사랑의 삐에로가 되었다

나의 몸짓에 까르르 웃는

널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벌써 해는 저물고

발그레한 네 얼굴 바라보다

노을빛일까 알 수 없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이윽고 너는 자릴 떠나고

나는 붙잡을 수가 없다

잠시 돌아서 날 바라보는 눈빛

그냥 숨이 막혀버렸다

번쩍 정신이 들어

뛰쳐나가서 널 불러 봐도

어느새 너는 흔적도 없고

텅 빈 무대에 나 홀로 서 있다

털썩 주저앉은 나

누군가 내게 말을 건넨다

이봐요 당신 이미 오래전

연극은 벌써 끝이 났다오

 

 

5. Contact

 

 

널 첨으로 스친 순간

절로 모든 시간이 멈췄고

서로 다른 궤도에서 돌던

이름 모를 별이

수억만 년 만에 만나는 순간

내 몸이 가벼워져

두 발 끝은 어느새 떠오르고

끝도 없는 어둠 속 소리도 없는

그곳에서 다시 깨어나

나를 더듬는 손길 그 하나만으로

살아 있다는 걸 난 알 수 있었지

춤추듯이 떠다니는

우릴 달의 뒷면이 비추고

이대로 다 끝나버렸으면

우리 세상에선

이미 수천 년이 흘렀더라도

난 아무도 아니고

네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고

네가 나를 만지면 그 작은 울림에

쏜살같이 멀리 튕겨서

빛이 다른 공간에

한없이 떠돌다 타버릴지 몰라

널 놓치지 않게 나를 잡아 줘

네가 나를 부르면

난 다시 태어나

너의 무엇으로 읽혀지고

또 다른 네가 되고

우릴 끌어당기는 그 어떤 법칙도

모두 거스른 채 하나가 될 거야

그렇게 우린 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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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