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함민복

책/발췌 2018. 5. 10. 18:33
가을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빗소리가 귓가에 들리던 날
잠가놓은 심장 안으로 당신이 다가섰습니다

빗속으로
당신을 보내고 싶었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걸 어찌하나요

빗방울 소리 흘러내리던 밤
당신은 개천되어
당신의 마음이 흘러
들었습니다.

어둠 속으로
당신의 마음을
떠나보내고 싶었지만

떠나지 않고
자꾸만 자꾸만
내 옆을 서성거리고

그래서

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힘들게 잠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잠든 사이에
꿈속에라도
다녀는 가셨나요?

당신 생각에
켜 둔 촛불이
가을바람에 흔들리곤 합니다

오늘도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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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