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말

카테고리 없음 2018. 8. 24. 13:08
pp.42-45

놀랍게도 여성해방이란 말조차 진부하게 들릴 만큼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오늘날에도, 내가 딸에게 우리 어머니가 나에게 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순을 반복하고 있어 부끄럽습니다.  나는 내 딸을 공부시키면서 여자라고 건성으로 간판이나 따려고 공부하지 말고 공부란 걸 전문화해서 평생토록 일을 가질 것을 귀가 아프게  강조해왔어요. 여자도 일을 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고는 남녀평등이란 한낱 구호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신 때문이었지요. 딸 중엔 남자도 하기 힘든 전문직을 가진 애도 나왔고 큰 딸도 좋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결혼했어요. 그런데 가정을 가진 여자가 일을 갖기 위해서 딴 여자를 하나 희생시켜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느낌은 매우 낭패스러운 것이었어요. 결국 나는 나의 일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여자는 뭐니 뭐니 해도 가정을 잘 지키고 아이 잘 기르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쪽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말았어요.

posted by 오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