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p.185

앞에서도 썼지만,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다수의 사람들이 아마도 그렇듯이 나는 쓰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생각한 것을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문장을 지어나가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쓴다고 하는 작업을 통해서 사고를 형성해간다. 다시 고쳐 씀으로써 사색을 깊게 해나간다. 그러나 아무리 문장을 늘어놓아도 결론이 나오지 않고, 아무리 고쳐 써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경우도 물론 있다. 가령 지금이 그렇다. 그럴 때에는 그저 가설을 몇 가지 제시할 수 밖에 없다. 혹은 의문 그 자체를 차례차례 부연해갈 수밖에 없다. 혹은 그 의문이 지닌 구조를 뭔가 다른 것과 구조적으로 맞대어 비교하든지.


pp.256-257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그러나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posted by 오아미

꽈배기를 찾아서

분류없음 2018.07.20 19:25
나는 문득 꽈배기가 먹고 싶어졌다. 폰을 들어 꽈배기를 검색창에 넣었지만 내게 필요한 정보는 없었다. 나는 겉옷을 챙겨 입고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익숙한 가게들을 따라 걸었다. 내 머리 속 데이터베이스를 다시 한번 검색했지만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가다보면 만나겠지, 란 생각으로 그대로 길을 따랐다.

이어폰 노래에 집중하며 한동안 걷다보니 어느새 옆 동이었다. 건너편에 새로 생긴 듯한 베이커리가 보였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고소한 빵굽는 냄새가 나에게 밀려왔다. 반짝 빛나는 진열대 주위를 한 바퀴 돌았지만 꽈배기는 없었다. 나는 카운터에 서 있는 직원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만큼만 눈길을 주곤 밖으로 나왔다.

다시 나는 길을 떠났다. 새로운 가게가 눈에 들어올 때까지 그대로 걸었다. 빨간 신호등에서는 잠시 쉬었고, 깜빡이는 파란 불이 보이면 살짝 뛰기도 했다.

내가 걸어온 길도 꽈배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오아미

에프킬라

분류없음 2018.07.03 14:58
여름 밤 전등 밑에는 벌레들이 가득하다.
푸드득 거리며 빛을 항해 달려든다.
바닥에 모기향을 피우자 곧 고요해졌다.
물기 머금은 공기가 느껴졌다.
저 멀리 귀뚜라미가 우는 것 같다.

posted by 오아미